✦ 35 사이버 필사

평화의 형태, 평화의 질은 창이 결정하는 것도 방패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결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람은 누군가를 해친 손으로 다른 누군가를 지키려고 한다. 그마음의 모순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우리 두 사람이 아닐지. 인간의 어리석음, 추함, 안쓰러움을 깨닫고, 인간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하는 역할. 그러기 위해 결코 어느 한쪽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절차탁마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 역시 모순된 존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같은 곳에 도달하는 사이 아니겠는가.

❖ㅁh국no 2026-03-19 12:08:04

✦ 34 사이버 필사

난간을 잡은 다카쓰구의 손에 오하쓰가 손을 포갠 모습은 도무지 센고쿠 다이묘답진 않지만 실로 잘 어울리는 부부 같다고 생각했다.

❖ㅁh국no 2026-03-19 12:05:50

✦ 33 사이버 필사

겐사이는 오의가 '기술'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언어로 가르쳐줘도 의미가 없다고 했고, 이미 전했다고도 했다. 하나일 때는 전혀 볼품없는 돌이라도 모으고 서로 물리면 강고한 돌담이 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다이묘부터 농민까지 마음이 하나가 된 오쓰 성. 그것이야 말로,
─ 새왕의 방패.
의 실체가 아닌가.
교스케는 보이지 않는 힘에 등을 떠밀리는 듯 질타와 격려를 계속했다.

❖ㅁh국no 2026-03-19 11:49:35

✦ 32 사이버 필사

운반 작업이 전부 끝났을 때 달은 중천을 지나고 있었다. 자시(오전 0시 이후) 즈음. 교스케는 장인들을 전부 소집했다. 젊은 장인들이 들고 있는 횃불의 불빛 아래 긴장한 얼굴들이 어둠 속에 나란히 섰다.
“내가 망설이는 탓에 작업이 힘들어졌다. 미안하다.”
교스케는 먼저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명령하면 따른다. 모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입술을 꼭 깨무는 자도 있는 걸 보면 역시 힘든 작업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망설임은 사라졌다. 우리가 할 일은 명명백백하다. 성을, 재상님을, 농민을 끝까지 지켜낸다. 아마도 이 난세에 마지막 임무가 될 것이다.”
교스케가 말하자 각자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지는 장인들을 둘러본 다음 한 발 나서서 교스케에게 말했다.
“다시 명령은 내려 주시게.”
“음…….”
교스케는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가카리다!”
“예!”

❖ㅁh국no 2026-03-19 04:45:10

✦ 31 사이버 필사

그 대목에서 다카쓰구는 한껏 숨을 들이마시더니 오늘 낸 소리 중에 가장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새왕을 믿는다. 너희도 모두 나를 믿어보지 않겠나.“
환성이 터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농민들 머리 위에서 피어오른 뜨거운 열기가 보였다. 초점을 잃었던 농민들 눈에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모두가 불평은커녕 동요도 사라져 한 덩어리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교고쿠 가에서 잃어버렸던 요석이 지금 다시 나타나 덜컥 하며 맞물리는 것 같았다.
다카쓰구가 이쪽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교스케는 있는 힘껏 외쳤다.
”공사를 시작한다!“
도비타야 면면이 우렁차게 대답하고 일제히 움직였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5각이 채 안 된다. 오바나가와 문에 대통이 설치되지 않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틀림없이 설치된다. 교스케는 생각했다. 이 전투가 전국 시대를 석권한 창과 방패의 마지막 대결이 되리라.

❖ㅁh국no 2026-03-19 04:40:50

✦ 29 사이버 필사

“고카슈 거의 괴멸! 우카이 도스케 공 사망!”
“아─”
모토야스는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주먹을 덜덜 떨었다.
“교스케…….“
닫히고 있는 성문을 보며 겐쿠로는 중얼거렸다. 마치 오쓰 성 자체가 한 마리 거대한 짐승처럼 병사들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우고 아가리를 닫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정체 모를 떨림이 온몸을 치달았다.

❖ㅁh국no 2026-03-16 13:35:26